“'숨어있기 아까운 집'이라는 제목으로 고객이 올려준 블로그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대형 가구매장을 운영하던 홍인덕 점주는 평소 먹는 걸 좋아하면서도
입맛은 상당히 까다로운 아마추어 미식가였다.
가구사업으로 돈은 꽤 벌었지만 오래 전부터 가슴에 품고 있던
외식업에 대한 꿈 때문에 그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남들은 안정을 위해 딛고 서 있는 땅을 더 다지기 바쁜 40대에 그는 과감하게
새로운 인생을 위한 도전에 나섰다. 그가 좋아하던 국수를 아이템으로 외식업에 나선 것이다.
사실 비빔국수는 누구나 쉽게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정말 맛있는 비빔국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는 물론 숙성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홍인덕 점주는 ‘집에서 흉내 낼 수 없는 비빔국수'를 콘셉트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비빔국수 대박집에 거금을 주고 레시피를 받으려 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하자 직접 개발에 나섰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지금의 레시피를 만드는 데에만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드디어 2006년 2월 송파구 석촌동 인근 뒷골목에 30평 가게를 열었다.
상호는 ‘돌마리비빔국수'로 정했다. 석촌동의 옛 지명이 ‘돌마리’라는 점에 착안했다.
메뉴는 비빔국수 딱 한 가지. 그만큼 자신 있었다. 주방에서 직접 양념장을 만들고
면을 삶으며 손님이 알아봐 주기를 기다렸다. 초기에는 하루 매출 5만원도 못 넘기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문구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새기며 견뎌냈다.
“앞으로 장사가 어떻게 될 지는 손님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카운터에 놓은 가게 명함이 얼마나 나가는 지를 봐도 알 수 있죠.”
사계절을 한 바퀴 돌자 손익분기점을 넘기 시작했고, 최고 일 매출 160만원을 넘으면서
월 매출이 4천만원 대로 쑥쑥 올라갔다. 그 사이 뜨끈이국수와 왕만두를 추가했다.
“한 명에서 열 명 되기가 어렵고, 열 명이 백 명 되기가 힘들죠.
하지만 그 뒤로 이백 명 삼백 명 되는 건 순식간입니다.
자기 음식에 자신이 있다면 그 다음 할 일은 참고 기다리는 겁니다.”
작은 성공을 맛보자 더 큰 용기가 생겼다. 과감하게 성남시 복정동 약진로에
130평짜리 신축 단독건물로 매장을 옮겼다. 최고 일 매출 750만원,
최고 월 매출 1억5천만원을 찍으면서 대박집 사장님 타이틀을 얻었다.
역시 직접 개발한 부대찌개도 겨울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홍인덕 점주에게는 뚝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집도 대단하다.
장사가 안돼도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라도 절대 좋은 재료를 포기하지 않는다.
“재료비를 줄이려고 하는 사람은 음식장사 할 자격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지 모르지만 자리만 잡으면 국수만큼 매력적인 아이템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2017년 4월에 지금의 하남점으로 다시 한 번 가게를 옮긴 홍인덕 점주는 오늘도 만족한 얼굴로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손님의 얼굴을 보는 재미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